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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타일보 20220403] 촛불에 물을 붓는 촛불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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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942회 작성일 22-04-04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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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타일보 2022.4.3


4월2일 토요일, 서울에서는 개혁과전환촛불연대 (운영위원장 김민웅) 와 밭갈이 운동본부(대표 김학현)의 집회가 동시에 열렸다. 명동에서 시작한 개혁과전환 촛불연대의 집회는 '윤석열 선제적 탄핵', '본부장(본인,부인,장모) 수사' 등을 외치며 대통령 인수위사무실까지 행진하였다. 밭갈이 운동본부는 여의도 민주당사 앞에서 '민주당 특검 요구' 집회를 열면서 '검찰개혁, 검수완박' 구호를 외쳤다.

대선 패배 이후 잠시 주춤했던 친민주당 인사 및 유튜버 등 소셜 인플루언서들이 이러한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주장은 윤석열 당선자에 대한 비판과 범죄 혐의에 대한 수사 촉구, 윤석열 당선 이후 노골화되어가는 검찰 권력에 대한 견제 등으로 요약될 수 있다.

(화창한 휴일이지만 꽤 많은 인원이 집회에 참석하였다. 이들 중 20~30대 여성 참가자의 증가는 눈에 띄는 현상이었다. 조국 일가에 대한 과도한 압수수색으로 촉발되었던 촛불 집회에서도 여성의 진출은 눈에 띄는 현상이었지만 그때는 40~60대의 여성의 참가가 눈에 띄었다면 지금은 연령대가 더욱 낮아져 20~30대 여성의 참가가 눈에 띄었다.)

촛불은 대한민국에서 특별한 의미를 가지는 단어이다. 이명박 정권 때부터 촛불 시위는 전격적으로 사회에 나타났다. 촛불 집회는 시민의 집단 행동을 통해 정부의 잘못된 실책에 대해 항거하는 행위이다. 일부 언론이 시위 후 거리에 쌓인 쓰레기를 비판하자(사실 시위 장소에서 쓰레기를 지적하는 것은 치졸한 트집 잡기이다) 자발적으로 쓰레기 청소까지 하면서 도로에 티끌 하나 남겨놓지 않는 '결벽증'적인 모습을 보이면서까지 촛불 집회는 '비폭력' 시위 '성숙한 시민의식'을 반영하는 품격 있는 시위의 대명사가 되었다.

이러한 촛불 집회는 박근혜 탄핵 운동으로 정점을 이루게 되었으며 이후 문재인 정권에서 발생한 윤석열 검찰청장 지휘 하의 검찰 수뇌부의 사법 쿠데타에 반발하여 또 한 번 전국에서 일어났다.

이렇듯 촛불이 대한민국 역사에서 가지는 의미는 '품격'과 '비폭력'성이다. 80년대 90년대를 거치면서 대한민국은 극심한 폭력에 시달렸다. 공권력을 빙자한 정권의 무자비한 유혈폭력과 이에 맞서 보도블럭과 화염병으로 맞섰던 시대를 지금의 50대는 기억한다. 이러한 격렬한 싸움은 87년 투쟁을 통해 군사정권이 물러나게 만든 계기를 마련했고 이후 노동자 대투쟁의 시위 방법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어느 정도 정치적 민주화와 노동운동, 노동조합에 대한 사회적 동의가 정착되면서 폭력은 줄어들게 되었다. 촛불은 시대적 수명이 끝난 과거 시위 형태를 대신하여 새로운 시위 형식으로 등장하였다. 결사항전적 정서를 가졌던 과거의 시위에 비해 좀 더 많은 시민들을 흡수하고자 문화적으로도 풍부해지고 '볼 거리'도 많아졌다. 이는 월드컵 4강 이후 거리에 나타났던 문화를 흡수한 부분도 있다. 이후 촛불 집회는 명칭 자체를 '촛불 문화제'로 바꾸면서 비폭력 시위, 청결한 시위, 품격 높은 시위를 의미하게 되었다.

하지만 촛불 집회의 내용은 시간이 가면서 이전과 차이점을 보인다. 정권의 잘못에 대응하여 일어났던 지난 시절의 촛불 집회와는 달리 2019년 촛불 집회는 정권을 위협하는 존재에 맞선 집회라는, 이전과는 다소 상반된 내용의 집회가 열렸다. 정부 기관의 하부 단체가 현 정부의 인사 정책에 반대하여 헌정 질서를 교란하면서까지 무리한 권한을 행사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고 치더라도 사실 이러한 성격의 시위는 세계에서도 보기 힘든 시민의 자발적 '정권 보호' 시위였던 것은 분명하다.

대선이 끝나고 정권은 이제 '국민의힘'으로 넘어갔다. 지금 정권 이양기에 발생하고 있는 촛불 집회들은 그러한 면에서 볼 때 더욱 우려스러운 양상을 보이고 있다. 먼저 전환과개혁 촛불연대가 주도했던 촛불 집회의 구호를 보면 '윤석열에 대한 경고' 를 필두로 '김건희 체포', '본부장(본인, 부인, 장모) 수사', '선제적 탄핵' 등이 눈에 띈다. 현재 당선자에 대한 반발감이 표현된 것으로 보이지만 그다지 현실적이지 않은 문구들이다. 이러한 시위 형태의 근저에는 당연히 '대선불복' 의 심리가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상당수 플래카드에서 트럼프 당선 이후에 미국에서 나왔던 'Not my president' 를 본 딴 '윤석열은 나의 대통령이 아니다'는 문구가 나타났다.

같은 날 민주당사 앞에서 벌어진 시위는 '검수완박'을 메인 슬로건으로 하였다. 검찰개혁이 시급하므로 민주당은 시급히 검수완박을 하라는 것이다. ‘검찰개혁 완수하자’ ‘쫄지마 더민주’ 등의 플래카드를 걸면서 검찰개혁, 검수완박 구호를 외쳤다. 검수완박 운동이 한참이던 시기는 2020년 2021년 사이의 겨울이었다. 시민들은 180석을 얻은 민주당 국회의원뿐만 아니라 야당의원들에게까지 전화와 문자를 이용하여 검찰의 수사권을 박탈하고자 부단히 노력하고 행동하였지만 국회의원들 대부분은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에 부합되는 이슈가 아니기 때문에 이를 무시하고 외면하였다. 그로부터 한참 지난 지금에서야 이런 구호를 외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선거에 패배하고 나서 윤호중 비대위원장은 왜 갑자기 검찰개혁 카드를 꺼내든 것일까?

첫 번째로는 선거 패배의 책임 문제이다. 민주당 원내대표였던 윤호중 비대위원장은 선거패배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당 내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비대위체제를 이끄는 위치에 올라간 윤호중 비대위장은 이러한 반발을 딴 데로 돌려야만 했고 그 좋은 타겟은 검찰개혁이었다. 두번째로 검찰의 압수수색이 본격화되면서 현 집권 여당과 정부는 위기감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자신들이 집권할 때는 문제가 되지 않던 검찰의 권력이 실권을 하게 되니 위험으로 인식된 것이다. 청와대에서 검찰 수사에 강력 반발을 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2년전에는 검찰개혁에 관심이 없다가 이제서야 갑자기 검찰개혁을 외치는 이유는 이와 깊은 관련이 있다. 게다가 검찰개혁은 '언제나 좋은' 것으로 치부되기 때문에 명분도 적당하다.

그러므로 밭갈기 운동본부에서 주장하는 '쫄지말고 검찰개혁'은 사실상 민주당 스스로가 절박히 원하는 것을 더욱 더 열심히 하라고 바깥에서 응원해주는 모양새다. 즉 민주당의 필요성과 정확하게 일치하는 집회인 것이다. 이런 면에서는 '민주당 수호' 촛불집회라고 말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대선불복'과 '민주당수호'의 프레임은 2019년 나타났던 촛불 시위의 정권(민주당) 보호 성격이 더욱 짙어진 것으로 보인다. 즉 촛불이 범 국민적 의제를 떠나 민주당 지지자들의 손으로 넘어가 버린 것이다. 대선 결과와 검찰 권력에 대한 국민 반발을 이용해 교묘하게 촛불 집회의 방향을 틀고 있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는 상황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그저 우연이었을까? 촛불 집회 관계자와 민주당의 교감은 없었던 것일까?

이러한 움직임은 정작 시민의 힘이 필요한 곳에 시민이 참가할 여지를 차단해 버린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이동권 확보를 위한 투쟁이 국민의 힘, 특히 이준석 대표의 시대착오적 공격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는 동안 시민이 힘을 보탤 수 없도록 눈과 귀를 빼앗고 있다는 점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민주당 지키기 촛불 집회는 '나쁜 촛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준석 같은 장애인에 대한 위험한 사고를 가진 자가 정치권에 발 붙이지 못하도록 쫓아내는 것. 이런 시민사회의 책임있는 행동이 필요한 곳에 정치인도 시민단체도 보이지 않는다. 외려 이준석 대표과 같은 당소속의 정치인 김예지 의원이 그들에게 용서를 구하고 있는 모습이다.

대통령 후보들이 저마다 약속했던 소상공인 자영업자와 사회적약자를 위한 '50조 추경'이 사라져가고 있는데도 민주당과 그 지지자들은 큰 관심이 없다. 한덕수 국무총리 내정자는 4대 핵심과제 중 하나로 '재정건전성'을 내세우고 있다. 대통령 당선자가 약속했던 민생추경과 정반대의 인선을 하고 있는데 시민들은 이에 대항할 여력이 없다. 언론들이 교묘하게 추경지원 대신 대출을 설파하는데도 시민들은 손 놓고 있다.

촛불이 시민 사회의 성숙된 모습의 상징으로 남으려면 특정 정당과 정파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함부로 가져다 쓰는 모습을 경계하고 비판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촛불은 태극기와 마찬가지로 그저 정쟁의 수단으로 전락해버릴 것이다. 촛불에 물을 끼얹어 꺼져버리게 하는 촛불집회에 시민들은 휘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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